【한국경마】‘경주마와 함께 심장이 두근두근’ 과천 경마장의 열기를 느끼다

코로나도 풀리고 날도 풀려 지난 24일 생애 처음으로 과천 경마장 나들이를 갔습니다. 한 시간 남짓 지하철 의자에 앉아 베팅 방법을 검색하다 보니 어느새 경마공원역에 다다랐습니다.

우산 모양의 시설과 말발굽 형태의 길을 따라가면 경마장 입구가 나옵니다. 길에는 양산을 든 커플, 돗자리를 들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보였습니다. 경마장이 아니라 유원지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지하철역부터 경마장 안까지 곳곳에는 경마전문지 판매소가 있습니다. 가격은 1,000원. 한권 구매해 봤습니다. 전문지를 사용해 본 결과, 본전은 건질 수 있을 정도로 적중률이 높았습니다.

입장권은 경마장 입구 옆에 있는 입장권 판매소에서 2천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입장권을 내고 경마장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곧 경기를 치를 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다른 공간엔 초보자를 위한 교육도 마련돼 있고, 말 전시장도 있었습니다.

실내에 들어가니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 있었습니다. 경기 중계 화면입니다. 실내를 통과하면 야외 경기장이 나옵니다. 그곳의 시선은 달리는 말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실내 의자에 기대어 있거나 팔짱을 끼고 있던 사람들은 우승이 가려지는 상황이 되자 일제히 일어서며 소리를 질렀고, 곳곳에서 환호와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낯선 광경에 당황하던 저도 오늘 하루 딱 ‘2만 원’만 쓰겠다고 다짐하며 실내 발매소에서 종이 마권을 구매했습니다. 참고로 마권 구매는 모바일 앱으로도 가능합니다.

경기는 30분마다 서울과 부산에서 교대로 진행됐습니다. 첫 경기는 서울 7경주였습니다. 야외 경기장엔 대형 스크린이 있었는데, 그렇게 큰 스크린은 처음 봤습니다. 5층에서 구경해도 달리는 말의 생동감과 경기의 박진감이 느껴질 것 같은 크기였습니다.

베팅을 위해 전문지를 살펴봤습니다. 전문지에서 분석한 유력 후보들은 인기가 많아서 배수가 낮습니다.

초심자의 행운을 믿고 복연승(1,2,3등 말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으로 비유력 후보에 6천 원을 베팅했습니다. 복승(1,2등 말을 순서에 상관없이 적중)의 경우 400배가 넘어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현장감을 위해 야외 경기장으로 나갔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출발선에서 출발한 말들이 관람객들이 있는 결승선으로 달려왔습니다. 말이 가까이 올수록 질주하는 말의 발굽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 소리로 관람장에서는 진동이 느껴졌습니다.

경마를 구경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입장 초반 말 상태를 확인할 때 선수 옷과 헬멧의 색을 확인해야 합니다. 현장이든 화면에서든 숫자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어도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화면에 결과가 표시되고 나서야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첫 경기에서는 6천 원을 모두 잃었습니다.

다음 경기는 부산 5경주였습니다. 남은 돈은 만 4천 원. 전문지가 분석한 대로 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유력 후보에 베팅했습니다.

이전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말의 근육과 자태, 그리고 선수의 의상 색도 면밀히 관찰했습니다. 단승과 복승으로 2천 원씩 넣었고, 그 결과 복승에서 2.4배, 4천800원을 땄습니다.

이제는 돈을 받으러 갈 차례입니다. 마권을 구매한 발매소로 가면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번 돈으로 바로 서울 8경주 마토를 4천 원에 추가 구매했습니다. 

세 번째 경기는 서울 8경주. 한 마리만 적중하면 되는 단승과 연승은 대부분 분석된 대로 경기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젠 짜릿함을 느끼고자 쌍승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도 전문지만 믿었습니다. 분위기 전환 겸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경기장이 보다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베팅에 성공한다면 21배였습니다.

‘이 기분에 경마를 하는구나’ 달려오는 말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커다란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습니다. 베팅 후보에 없던 3번 마와 8번 마가 두각을 보이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1, 2위를 지켰습니다. 3번 마는 유력 후보도 아니었습니다. 호기롭게 순서를 맞혀보겠다고 나섰다가 순서는커녕 숫자조차도 맞히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라는 심정으로 네 번째 경기인 부산 6경주 마토를 구매했습니다. 이전 성공 경험에 기대어 복승으로 2장을 샀습니다.

그중 한 장이 7번 마와 9번 마. 경기가 시작되고, 화면에 뜬 1등 마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400미터 남은 시점에 제가 고른 7번 마는 5등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망연자실하던 중 7번 마가 갑자기 치고 나왔고 환호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300미터 남았을 때쯤부터는 경주기록이 화면에 뜨지 않았습니다. 저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7번 마와 9번 마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결과가 화면에 떴고, 부리나케 발매소로 달려갔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결과가 나와도 ‘확정’이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들뜨기만 하면 저처럼 퇴짜 맞을 수 있습니다.

3천 원으로 2만700원을 벌었습니다. 총 2만 원을 투자해 2만 5천500원을 땄습니다. 개중에는 40만 원 넘게 챙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기분 좋게 경마장을 나왔습니다. 왜 오전부터 오후까지 경마를 즐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경마장에는 경기 시작 전 야구장 이벤트처럼 ‘손 흔들어주세요’ 코너가 있습니다. 손을 흔들면 그 사람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깁니다. 대부분 아이를 데려온 가족이나 커플이 등장했습니다.

전문지만 쳐다보며 분석하기 바쁜 많은 중년, 노년 남성들은 그런 이벤트에 관심 없어 보였습니다.

해가 저물수록 경기장은 더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고 뜨거운 열기 속에 발매금액은 총 30억 원을 넘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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