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2년 만에 경마공원 주간 입장객 4만명 넘어… 전면 개방에 나들이객 북적

출발을 알리는 ‘탕’ 소리와 함께 말들이 모래밭을 구르며 달려나갔다. 형형색색 옷으로 무장한 기수들은 몸을 앞으로 깊게 숙인 채 온몸을 들썩거렸다. 기수들은 검은 막대로 말의 한쪽 둔근을 리듬에 맞춰 내리쳤다. 경기가 무르익자 앉아서 차분히 경기를 지켜보던 관객들도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마지막 코너를 지나 말들이 시야에 나타나자 거센 함성 소리가 장내를 울리기 시작했다. 말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곳곳에서 함성과 탄식이 함께 터져 나왔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 서울을 찾았다. 총 수용 인원이 6만명인 렛츠런파크 서울은 지난 8일부터 입석까지 전면 개방에 돌입했다. 지난 2년 간 경마장을 짓누르고 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벗어나 정상화 궤도에 돌입한 것이다. 렛츠런파크 서울 입장객은 지난 주에 4만명을 넘겼는데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이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지난주 매출은 1180억원으로 손익분기점인 12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평균 주간 매출이 15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아직도 매출은 회복세”라고 설명했다. 4월 기준으로 입장 인원은 2019년과 비교해 57% 수준이다.

하지만 직접 방문한 렛츠런파크 서울은 코로나19의 영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주차 요원들은 “만석이라 기다리셔야 한다”며 관람객들을 달랬다. 경기장에 다다르자 푸른 잔디밭과 넓은 모래밭이 시야에 탁 들어왔다. 관람석 외부엔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였지만 발권을 위한 건물 내부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경기장은 중장년층 남성들은 물론 가족·연인과 함께 찾아온 관람객들도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렛츠런파크를 찾은 김모(38)씨는 “거리두기도 풀린다 해서 소풍 겸 왔다”며 “마권 구입은 따로 안 하고 입장권만 샀는데 아이랑 같이 오기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내 라운지에는 유독 젊은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연인과 함께 처음 경마장을 찾은 이혜주(27)씨는 “마권까지 구매할 생각은 없었는데 현장 와서 마권을 구매하니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라고 말했다.

봄철 꽃 구경 대신 경마공원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박모(32)씨는 “꽃 구경을 할까 하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경마공원을 찾았다”며 “처음 와봤는데 완전 신세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지원(31)씨도 “여자친구와 나들이 삼아 종종 경마공원을 찾는다”며 “과천에 있기 때문에 산책하기도 좋고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마사회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과 함께 경마를 즐기는 인구가 함께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마권 판매 허용에도 더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0년 8월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도록 하는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면 경마 사행성이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발권 조건을 만 21세, 베팅금액을 최대 5만원으로 제한할 계획이다”며 “온라인 판매는 이용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어 오히려 중독이 의심되는 고객을 관리하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