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DNA 분석해 뽑은 말, ‘세계 1위 경주마’ 선정… 한국경마 방송은 16國서 시청

국내 말산업을 이끄는 공기업 ‘한국마사회(마사회)’는 14년 전 서울대학교와 ‘케이닉스(K-Nicks)’ 사업에 착수했다. 말의 유전자(DNA) 정보를 기반으로 유전 능력을 평가해 성장 잠재력이 큰 경주마를 조기에 선발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K’는 한국(Korea)을, ‘닉스(Nicks)’는 혈통에 따른 경주마 교배 이론을 뜻한다. 유전·육종 이론에 근거한 경주마 선발 기술로 우수한 국산마를 찾거나 생산하고 ‘말’이라는 새로운 수출 활로를 개척하는 게 목표였다. 마사회 관계자는 지난 11일 “그간 씨수말을 마리당 30억~40억원에 확보했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며 “직접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선회하고자 케이닉스 사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씨수말’은 품종 개량이나 번식을 위해 기르는 종자(種子)가 좋은 수말을 말한다.

◇유전능력 분석으로 확보한 경주마 1마리, 5년 만에 100배 수입

마사회는 유전 능력을 분석해 말을 선발하는 기술을 활용해 2017년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닉스고(Knicks Go)’라는 경주마를 확보했다. 당시 8만7000달러(1억원)를 투자했다. 2017년 당시 경주마 평균 경매가(약 13만달러)보다 저렴했다. 유전 능력 분석 기술은 적중했다. 한국마사회 소속이 된 닉스고는 2018년부터 세계 유수의 경주 대회를 휩쓸면서 케이닉스 기술의 과학적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닉스고는 지난해 1월 ‘페가수스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또 그해 11월 경마 올림픽 ‘브리더스컵 클래식’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세계 경마 어워드(LWBRR)에서 지난해 세계 최고 경주마로 선정됐다. 닉스고가 거둬들인 누적 상금은 111억원에 달한다. 2017년 투자한 경매가에 비해 5년 만에 100배 이상을 수입을 올린 셈이다. 퇴역한 6세 닉스고는 올해부터 ‘제2의 마생(馬生)’을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서 씨수말로 데뷔한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닉스고는 교배료가 3만달러(3600만원)로 책정됐는데, 올해 160여 마리와 교배로 40억원대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며 “경주마에 이어 씨수말로도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경마 100년’ 한국마사회, 말 산업 진흥에 앞장

한국마사회가 말 산업 진흥에 앞장서고 있다. 마사회는 국내 유일의 말산업 육성 전담 기관. 정부 정책에 근거한 말산업 정책을 주도한다. 말산업은 말 생산부터 육성, 유통까지 말 생애 주기 전반과 관련돼 있다. 말산업 종사자는 2만 5000명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2조5000억원.

마사회는 특히 말 생산은 물론 육성 정책 수립과 농가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임무를 맡는다. 우수한 국산마 확보는 해외 시장 진출의 필수 요소였다. 앞서 사례처럼 독보적인 유전자 기반 선발 기술인 케이닉스로 해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마사회는 “세계 랭킹 1위 경주마 배출, 경주 방송 수출과 해외 컨설팅 사업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며 “4대륙 16국에서 시청하는 ‘K경마’는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1942년 설립된 한국마사회는 1922년 창설된 ‘사단법인 조선경마 구락부(俱樂部)’가 모태(母胎)다.

◇말의 고통·불편함 제거하는 ‘말복지 정책’ 주도

마사회는 ‘말과 사람의 공생’을 기반으로 한 말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한국마사회 말복지위원회’는 학계, 법조계, 동물 보호 단체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자문 기구다. 말복지위원회는 말 복지 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와 정책 반영을 통해 말 복지 선진화에 힘쓰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말과 사람이 공존하는 말산업 환경 구축을 위해 올해 ‘말 복지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등 동물 복지 중심의 기관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2017년 ‘말 복지 증진 기본 계획’을 수립해 말 복지 지침을 마련했다. 말에게 고통이나 불편함을 주는 요소를 제거하고, 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력제’를 시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력제란 경주마의 출생부터 사육·조련·유통·이용·사망 등의 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다. 작은 마이크로 칩에 경주마의 각종 정보를 담고 목 부위에 심으면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말산업도 코로나에 타격을 받았다. 국내 말산업은 최근 2년간 코로나 사태로 경마 중단과 고객 입장 제한으로 주춤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0% 감소했고, 적자를 기록한 마사회는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한국마사회는 자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혁신 노력으로 코로나 등으로 인한 여러 외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앞으로 100년도 힘차게 뛰겠다”고 말했다.